제목 | <강효의 ‘탈모 바로 알기’ > (20·完)머리카락도 떨어지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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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01-03 09:29:46 |
[국민생각]
탈모(脫毛). 오랜 탈모 칼럼을 마무리하며, 전체적으로 탈모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다시한번 바로잡아 보려 한다. 탈모의 사전적 정의는 모발의 탈락, 즉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방송에서도 인터넷에서도 “탈모 자가 진단법! 하루에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 이렇게 인용한다. 요즘 언론과 정부가 주로 사용하는 용어인 “팩트 체크”를 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 하루에 50~70개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어제 머리를 감지 않으면 오늘 더 많은 머리가 빠지고 환절기에는 더 빠진다. 그럼 탈모라고 진단할 것인가? 심지어 우리가 흔히 대머리 혹은 민머리라고 부르는 분들이 진료를 오시면 얼마나 빠지는지 질문하는데 20~30개는 빠진다고 대답하지 머리가 너무 많이 빠져요 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물론 탈모가 진행될수록 빠지는 모발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겠으나 체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모발이 많이 빠져서 내원하는 급성 휴지기 탈모의 경우 진료실에서도 머리카락을 만질 때마다 빠져나갈 정도다. 즉 모발이 빠지는 형태의 탈모가 있고 가늘어지는 형태의 탈모가 있기에 막연하게 모발이 빠진다고 고민할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 탈모도 원인에 따라 다양한 진단명이 붙는다. 흔히 우리가 탈모라고 부르는 것은 남성형 탈모 혹은 여성형 탈모 등으로 남자의 경우 이마가 넓어지고 정수리가 비어 보이다 결국엔 민머리로 진행되는 양상을, 여성의 경우 가르마의 폭이 점점 넓어지는 양상으로 진행하는 유형이다. 가장 흔한 탈모는 실은 연모(軟毛), 즉 모발이 가늘어지는 증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하겠다. 탈모가 탈모가 아닌 연모로 불렸다면 사람들은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고도 ‘다시 날거야~~’, ‘이러다 말겠지~’ 했을 것이다. 대신 ‘요새 왜 이리 머리가 가늘어졌지? 내가 탈모인가?’ 하고 걱정을 했을 것이란 말이다.
갑자기 모발의 빠짐이 늘어나면 사실 누구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러다 대머리 되겠어..’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질 않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일시적인 휴지기 탈모증으로 4~6주 지켜보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고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면 지체하지 않고 탈모전문병원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우리는 말에 사로잡혀 실제 탈모 치료시기를 놓치고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며 스스로 자존감을 무너뜨리곤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람은 너무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비절개 모발이식을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유명한 샹젤리제 거리를 퇴근 후 걷는데, 앞서 걷고 있는 사람이 뒤통수에 거즈를 붙이고 멋지게 걷고 있었다. 바로 오늘 필자에게 수술 받았던 환자였다. 우리의 상식으로 납득이 어렵다. 모자를 쓰고 감추거나 차량 혹은 택시로 시선을 피해 갔을 터인데 말이다. 모발이식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탈모 상태 또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여기는 것이며 자기 만족을 위해 수술 받은 것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수술 받은 것이 아니란다. 외국에 드웨인 존슨이나 브루스 윌리스 같은 시원한 헤어스타일의 배우들이 멋지게 활약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극명해진다.
진료 현장에서 너무나 많은 환자들이 정상처럼 보이는데도 모두가 자기 머리만 보는 것 같다고 느낀다고 적는다. 사실 필자는 직업이 모 심는 의사이기에 예외로 하고 일반인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머리를 얼마나 신경을 쓰는가? 그렇지 않다. 물론, 예능에서 민머리를 개그 소재로 삼거나 하는 경우들도 있기는 하지만 분명 우리 사회는 탈모의 실제적 상황을 희화하거나 더 심각한 이상으로 만들고 상업화하는 경향이 있음은 분명하다.
탈모는 제대로 알고 일찍 대처하면 누구나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탈모치료의 효과도 개선되고 모발이식의 기술도 발전하여 맘만 먹으면 누구나 멋진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인터넷이나 주변의 잘못된 정보에 자포자기 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아울러, 남들의 무의미한 시선에 자신을 가두고 스스로를 낮추지 않으면 더욱 당당한 멋진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강효 원장
칼럼바로보러가기 : http://okmsg.co.kr/321064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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