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에는 6대의 119구급대 차량이 빗속을 뚫고 도착했다. 출발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다. 이날 구급차가 도착하자 이 병원 인근 주민들은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으로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형제애가 담긴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들고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이날 대구에서 광주로 이송된 코로나19 확진자는 5가족 12명이다. 이들은 대구에서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하고 자가 격리 생활을 한 경증 환자다. 구급차에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다가가 대구 확진자들에게 방호복과 장갑 등을 조심스레 건넸다. 방호복을 입은 확진자들은 곧바로 격리 병실이 마련된 병원 5층으로 올라갔다. 장애인과 어린이가 있는 확진자 가족들은 대구에서 가져온 휠체어와 여행용 가방을 챙겨들고 의료진의 뒤를 따랐다.

 

7일 대구에서 온 코로나19 확진자가 거동이 불편한 자녀를 안고 광주 남구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이번 광주시가 대구 확진자를 받기는 지난 4일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대구 확진자 2가족 7명이 빛고을전남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광주로 이송돼 치료받는 대구 확진자는 모두 7가족 19명이다.

 

광주시가 대구 환자를 두 차례 받으면서 달빛동맹이 ‘병상 나눔’으로 강화되고 있다. 광주시와 대구시는 2013년 대구와 광주를 각각 상징하는 달구벌과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 ‘달빛동맹’ 협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광주시와 대구시는 예산 확보와 지역 현안 추진 공조는 물론 체육·문화 교류, 공무원 교차 견학 등 34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병상 나눔의 손을 먼저 내민 곳은 광주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일 대구 확진자를 광주에서 받겠다고 발표했다. 지자체 간 자발적인 교류로 환자를 이송받은 것은 광주가 처음이다. 이 시장은 “국가적 재난 수준이기 때문에 지역 간 경계를 떠나 광주공동체가 힘을 보태기로 했다”며 “대구와 병상을 나누는 것이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대구 환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감염병 전담병원인 빛고을전남대병원과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의 환자들을 비웠다. 의료진과 장비도 확보했다. 빛고을전남대병원은 의사 12명·간호사 51명과 이동용 음압기 8대를 마련했다. 두 병원의 병상은 모두 109개다. 광주시는 이 중 절반가량인 60개 병상을 대구 확진자로 채울 계획이다.

 

이번 확진자들은 두 병원에서 2주간 치료받을 예정이다. 발열 등 증상이 사라진 후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 검사해 모두 음성판정을 받으면 퇴원할 수 있다.

 

광주에선 병상 나눔뿐 아니라 대구의 코로나19 대응을 돕는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마스크 4만개를 대구로 전달했다. 지난 4일에는 손소독제 3000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자가격리자를 위한 생필품 세트 2000개도 대구에 전달했다.

 

광주 의사회는 의사 1명, 간호사 2명, 행정·방역 요원 2명 등 5명으로 달빛 의료지원단을 꾸려 대구 선별진료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광주의 보문복지재단(1억원)과 한국예총 광주시연합회(1000만원), 광주은행(마스크 3만개), 미라클의원(1000만원)은 이날 광주시에 코로나19 기부금품을 전달했다.

 

박소정 미라클의원 원장은 “광주시가 적극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응원을 보내기 위해 기부를 결정했다”며 “작은 나눔이지만 어려운 분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기사원문보러가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2&aid=0003445232&sid1=001